법원 "승려 자격 박탈 위협, 협박으로 볼 수 있어"
연인 관계였던 주지스님이 이별을 통보하자 스토킹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신도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폭행, 협박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2019년 5월 서울의 한 사찰 주지스님 B씨와 연인 관계였다. 하지만 B씨가 "스님 신분으로 사적 만남을 지속할 수 없다"며 관계 정리를 통보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토킹과 협박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6월부터 B씨에게 26차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구하고, 직접 사찰을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B씨가 다른 신도들과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이 남자는 내 남자"라고 소리치며 도자기 찻잔을 던졌다. 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종단과 절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와 연인 관계였음을 주장하며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B씨가 거액의 시주를 받고도 원하는 기도를 해주지 않아 불만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민원 제기로 인해 B씨가 승려 자격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충분했던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는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1억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시주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주와 관계없이 B씨와의 사적 관계를 문제 삼아 종단에 신고하겠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협박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 참작돼 벌금형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