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자 없는 아동 옆에 남성 배치 막은 항공사 정책
- 노르웨이 차별금지위원회 “성별에 따른 부당한 차별” 판단
노르웨이 차별금지위원회가 항공기 내에서 보호자 없이 탑승한 아동 옆자리에 남성 승객을 앉히지 않는 에어프랑스의 정책을 차별로 판단했다. 이 정책은 아동 보호를 명목으로 시행돼왔으나, 해당 사례를 겪은 남성 승객의 진정을 통해 차별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건의 발단: 보호자 없는 아동 옆자리 교체 요구
사건은 2022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도미니크 셀리에르라는 남성 승객은 보호자 없이 탑승한 아동 두 명의 옆자리에 배치됐다. 이륙 전, 승무원은 항공사의 정책에 따라 셀리에르에게 다른 여성 승객과 자리를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셀리에르는 이 상황에 대해 “당시 주변 승객들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며 “내가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의심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 교체 요구를 받은 것에 불만을 느꼈다.
에어프랑스 측은 이 정책에 대해 “성범죄 용의자 중 97.9%가 남성이란 통계를 바탕으로 보호자 없는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셀리에르는 “이런 종류의 일반화와 의심을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차별금지위원회: “성별에 근거한 부당한 대우”
노르웨이 차별금지위원회는 사건을 조사한 뒤 셀리에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항공사가 아동 보호를 이유로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항공사의 정책이 남성 승객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성별에 따른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셀리에르는 아직 에어프랑스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는 “비행 중에 승무원이 종이컵에 따라 준 샴페인 한 잔이 내가 받은 유일한 ‘보상’이었다”고 말했다.
에어프랑스 “아동 보호를 위한 조치” 주장
에어프랑스는 해당 정책이 아동 보호와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항공사 측 대리인은 “비동반 미성년자의 보호를 위해 가급적 여성 승객을 옆자리에 앉히는 것이 회사 정책”이라며 “이는 인신매매, 성폭력, 기타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지키기 위한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차별금지위원회의 판정은 이 정책이 지나치게 성별에 의존한 일반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범죄 용의자의 통계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남성을 잠재적 위험 인물로 간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파: 아동 보호와 차별의 경계
이번 사건은 항공사의 아동 보호 정책이 성별 차별과 개인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셀리에르 사건을 계기로, 에어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항공사들도 유사한 정책의 재검토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지만, 특정 성별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항공사 측은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와 승객 간의 균형 잡힌 대우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