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등의 꿈” 말레이시아 복권방 앞, 두 친구의 격한 싸움


 - 함께 고른 숫자가 1등 번호와 일치, 그러나 실물 복권 구매는 잊어

- 술자리 뒤 복권 판매점 앞에서 주먹다짐, 지나가던 행인들이 싸움 말려

말레이시아의 한 복권방 앞에서 두 친구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이 함께 선택했던 숫자가 복권 1등 번호와 일치했지만, 정작 실물 복권을 구매하지 않은 친구의 실수로 당첨금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MS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사바주 페남팡 동곤곤 지역의 한 복권 판매점 앞에서 두 남성이 싸우는 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영상 속에서 이들은 서로 목을 조르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주고받는 등 심각한 신체적 충돌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들이 과거 함께 선택한 복권 번호에서 시작됐다. 절친한 사이였던 두 남성은 사건 당일 술을 마시고 복권 판매점을 찾았다. 그날은 추첨일로, 이들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판매하는 ‘4D 복권’의 당첨 번호를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4D 복권은 0부터 9까지의 숫자 중 4개의 번호를 고르는 방식으로, 당첨 번호는 0000부터 9999까지 조합될 수 있다. 두 사람은 확인 결과, 자신들이 3일 전에 함께 고른 숫자가 놀랍게도 1등 번호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두 사람은 큰 좌절에 빠졌다. 복권을 실제로 구매하기로 했던 친구가 깜빡 잊고 복권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로를 원망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복권 판매점 앞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벌였다.

싸움은 지나가던 사람들이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중단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싸움이 일단락된 후에도 두 친구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복권 판매점 앞에서 실랑이를 이어갔다.

이번 사건은 복권의 꿈과 현실이 빚어낸 씁쓸한 해프닝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SNS에서는 "당첨금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우정을 잃었다니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복권 구매와 확인을 더 신중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4D 복권은 당첨금 규모가 크고 추첨 방식이 단순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복권이 가져다주는 기대와 좌절이 얼마나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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