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 historic assisted dying bill is passed in England and Wales
330대 275로 찬성… “역사적 순간” 평가
여생 6개월 미만 시한부 환자 대상, 고등법원 검토 조건
영국 하원이 말기 질환 환자에게 스스로 삶을 마칠 권리를 부여하는 ‘조력 사망’ 법안을 통과시키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현지 시각으로 29일, 하원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법안은 찬성 330표, 반대 275표로 가결됐다.
법안은 여생이 6개월 미만으로 예상되는 시한부 환자가 독립적인 의사 2명의 소견과 고등법원 판사의 승인을 받아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적 순간으로 평가받는 법안 첫 통과
이번 법안은 노동당의 킴 리드비터 의원이 발의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의 내용에 따르면, 환자가 자발적으로 조력사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비비시(BBC)와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은 이번 법안의 하원 첫 통과를 “역사적 순간”으로 평가했다.
다만 법이 최종적으로 제정되기까지는 하원의 추가 심사와 투표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조력사 관련 법안이 부결된 바 있다.
그 당시 330대 118이라는 큰 표차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으나,
이번 표결에서는 조력사 허용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뜨거운 토론과 지지의 목소리
표결에 앞서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하원 토론에서는 160명 이상의 의원이 발언권을 요청하며 법안의 찬반을 둘러싼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다.
토론을 시작하며 리드비터 의원은 “우리는 단순히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그 방식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찬성 측에서는 말기 환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시도하는 비극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펜 밸리의 한 의원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줄이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선택권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대 의견과 윤리적 우려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 법안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와 안전장치 부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동당의 다이앤 애보트 의원은 “법안이 추진되는 것 자체에 실망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측에서는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죽음을 강요받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민 여론과 국제적 상황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의 약 75%가 조력사 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의회 밖에 모인 법안 지지자들은 결과 발표 직후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캠페인 단체는 “이번 표결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더 큰 선택권과 보호를 제공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조력사가 이미 합법화돼 있으며,
미국에서는 1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관련 법이 시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끝나지 않은 논의
영국에서 조력사 논쟁은 이번 하원 표결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법안 통과를 계기로 말기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안전장치 강화와 윤리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반대 측의 목소리 역시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법안의 최종 제정 여부는 향후 심사와 추가 표결 과정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영국 사회는 이 역사적 논의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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